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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Psychologists & Theories


 doubleo7 ( 2018-07-01 16:39:53 , Hit : 20
 36. 두뇌에 흔적을 남기는 독서법: 두 번 읽기의 원칙 Read Less, But Twice—on Principle

스위스 연방철도 SBB의 정기 승차권은 여섯 개 칸으로 나뉘어져 있다. 매번 탈 때마다 이 표를 오렌지색 차감 기계에 넣으면 날짜와 시간이 찍히고, 왼쪽 가장자리에 있는 1에서 6까지의 숫자들이 하나씩 뜯겨나간다. 그렇게 6개의 칸에 모두 스탬프가 찍히면, 승차권은 다 사용된 것으로 효력이 없어져 버린다.
나는 개인적으로 3천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약 1/3은 읽었고, 나머지 1/3은 대략 훑어보았고, 나머지 1/3은 읽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새 책들이 추가되고, 1년 단위로 책들을 추려서 버리고 있다. 움베르트 에코가 생전에 3만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3천 권 쯤은 아주 보잘것없다. 하지만 그나마 읽은 책들도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 책뿐 아니라, 에세이, 르포르타주, 기사 등 모든 종류의 텍스트가 마찬가지다. 전에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어도 남은 것이 별로 없다.
내용이 이렇듯 송두리째 빠져나가 버린다면, 읽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독서가 주는 현재적 즐거움도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크렘 브륄레(크림 커스터드 위에 바삭한 캐러멜 토핑을 얹은 프랑스식 디저트)가 주는 현재적 즐거움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그리고 크렘 브륄레에는 애초에 사람의 인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 우리의 독서 내용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잘못 읽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선별하지 않고, 또 너무 대충 읽는다. 주의력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라고 한다면, 우리는 독서를 할 때 강아지가 맛난 먹이를 먹는 훈련을 하게 하지 않고, 그녕 아무렇게나 배회하게 놔둔다. 그렇게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원을 가치 없는 것에 쏟아버리는 것이다.
이제 나는 몇 년 전과는 다르게 독서한다. 전처럼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적은 책을 읽는다. 대신에 더 좋은 책을, 두 번씩 읽는다. ... 그리고 괜찮은 책이라고 판단한 경우 나는 그 책을 두 번 읽는다. 연속으로 두 번 읽는다. 그것이 원칙이다.
두 번 읽기를 시행해보면 그 효력은 한 번 읽기의 두 배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몇 배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한 열 배 정도의 효력이 있는 것 같다. 한 번 읽었을 때 3퍼센트 정도의 내용이 남는다고 한다면, 두 번 읽으면 30퍼센트 정도가 남는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1867년 바젤에서 한스 홀바인의 미술작품 <그리스도의 시신>을 보았을 때, 그는 이 회화에 매료되어, 30분 뒤 그의 아내가 간신히 잡아끌어서야 겨우 그 그림 앞을 떠났다. 그리고 2년 뒤 자신의 소설 <백치>에서 이 그림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재현해냈다. ... 위대한 소설가가 이를 창조적 소재로 삼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림에 이렇듯 잠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 잠기는 것! 서핑하는 것이 아니라 잠수하는 것이다.
독서는 유용성을 지향하고, 낭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낭만은 다른 활동을 위해 남겨두라. 나는 책이(나쁜 책이든지, 나쁘게 읽었든지 해서) 두뇌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면 책을 읽은 시간은 그냥 낭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크렘 브륄레나 경비행기 여행 같은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당신이 아직 젊다면, 독서 인생을 3등분했을 때 아직 첫 1/3의 단계에 있다면, 가능하면 많은 책들을 먹어치우는 것이 좋다. 소설, 단편소설, 시, 실용서, 교양서 등 갖가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라. 왜 그럴까? 이것은 나중에 살펴볼 소위 '비서 문제'라 불리는 수학적 최적화 문제와 관계가 있다. 이 문제는 많은 지원자들 중 최고의 비서를 골라야 한다는 것인데, 그 해법은 일단 지원자의 37퍼센트를 인터뷰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전체 지원자풀의 기본적인 분포에 대한 표본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구잡이 독서를 통해, 또는 (통계적으로 말하자면) 독서의 1/3의 많은 임의의 책을을 통해 당신은 책들의 기본적인 분포에 대한 표본을 대략 머릿속에 만들 수 있고, 그렇게 판단력을 연마해서, 훗날 굉장히 선별적으로 책을 고를 수 잇다. 40세쯤 되면 개인적인 독서카드를 마련하라. 그러고 나서는 엄격하게 그것을 준수하라. 40세가 넘은 사람은 나쁜 책을 읽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
이제 나는 전처럼 많은 책을 읽지 않고, 적은 책을 읽는다. 대신에 굉장히 까다롭게 책을 선별하게 되었다. 괜찮은 책이라고 판단한 경우 나는 그 책을 연속으로 두 번 읽는다. 그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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